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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우리들도 사랑을 안다구요!

나는 지금껏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했지만 통곡할 만큼 후회하진 않았다.
개나 소나 다 하는 cc도 들어만 보았을 뿐이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볼 걸, 잘생긴 남자를 꼬셔볼 걸, 양다리를 걸쳐 보는건데...
이런 뒷끝도 없다.

다른 건 모두 무덤덤하게 넘어가지만 딱 한 가지 사실이 너무 아쉽다.
'고등학교 다닐 때 연애를 제대로 해보는 건데'
교복 입을 적에 남자친구랑 손잡고 영화 보는 걸 그렇게 하고 싶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슬퍼지는 오늘.
역시나 나는 도서관을 향하고 있었다.
거의 도착할 때 쯤 내 레이더 망에 어떤 커플이 포착되었다.
가까이 가보니 남자가 여자 운동화 끈을 묶어주기 위해 긴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운동화 끈이 꽉 조여진 여자와 남자는 고등학생 커플 같았다.
똑같이 생긴 주먹 만한 인형을 가방에 매달고, 똑같은 신발을 신은 채 내 앞을 휘적휘적 걸어갔다.

날씨도 더운데 손을 얼마나 꽉 잡고 가던지, 나도 모르게 어느새 그 둘을 추월해 버렸다.
커플을 뒤로한 채, 나는 왜 저러질 못했는지 슬퍼졌다.
(나이가 먹으면 감수성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요즘은 초딩들도 이성교제를 활발히 한다.
정말 놀이터에서 노는 것 말고는 왠만한 경험은 다 하는 것 같다.
물론 성인들의 연애 만큼 성숙할까 의구심은 들지만, 꽤나 진지한 것만큼은 사실인 듯 하다.
(오늘의 그 커플도 그리 보였어...)

여자/남자친구 있어?라고 물으면 당연히 있다고 답한다.
심지어 연애하는 동안은 엄마보다 더 좋다고 말하니 묻는 사람이 더 당황할 정도다.
그만큼 그 아이들은 현재 감정에 충실하다.

그런데 어른들에게 '사랑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어른들의 관계만 떠올린다.
초딩들의 사랑도 고딩들의 사랑도 어른 만큼이나 진지하고 아름다운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주말이면 항상 도서관을 가고, 가까운 산책을 즐기며, 신작 영화도 가끔 보러 다니는 고딩 커플들이 너무 부럽다.
간혹 어른들의 육체적 사랑을 좇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길보단 여름 나뭇잎의 푸르름이 묻어나는 만남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나이가 어려도, 아는 것이 적더라도 그들의 이성교제까지 가볍다 단정 짓는건 성숙한 판단이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의 만남과 사랑도 존중할 줄 아는 어른들의 모범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젠간, 가까운 시일내에 내가 PD가 된다면 초중고딩의 연애를 파헤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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