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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게 버는 것보다 더 힘들다?

아름형 2012. 5. 10. 23:45
학교 기숙사에서 사는 막내가 2주 만에 집으로 돌아 왔다.
막내가 오면 엄마가 가장 먼저 하는 일.
통장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디에 뭘 썼고 얼마나 사는지를 꼼꼼히 살펴 보신다.
그럴때마다 혼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오늘은 그 액수가 과히 적지 않다.
겨울방학 때 벌어놓은 돈은 이미 다 썼고, 그것도 모자라 작은누나한테도 엠티비용을 빌려 갔었다.
이젠 국가장학금으로 받은 50만원을 노리니 엄마가 제대로 화나셨다.
대략 계산해보니 한달에 60만원은 넘게 쓴 것이다.
한창 사고 싶은 게 많을 나이고, 연애까지 하니 씀씀이가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심했다.

20살이 되면 마음껏 돈을 벌 수 있어 좋지만 또 그만큼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부모님이 부자라서 용돈을 척척 주시면 이런 어려움은 없겠지만 보통 대학생들 중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본인이 벌어서 학비도 마련 해야하고, 생활비도 써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학교 다니는 사람은 돈을 함부로 안 쓴다.
안 쓰는게 아니라 못 쓴다고 해야 할까나.
기껏 한달 뼈 빠지게 일했는데 생각없이 소비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엄마가 늘 말씀 하시길.
"돈은 쓰기는 쉬워도 벌기는 힘들다"

막내 이놈은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오는게 얼마나 힘든 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달에 60만원이 웬말이냐.
돌고 도는게 돈이라지만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게 그리 쉬운가.
그리고 그 돈이 새지 않게 적재적소에 꺼내 쓰는 것도 어렵다.

벌기도 힘들고 쓰는 것도 힘들다.
그러니 조금 편안하게 살려면 소비하는데 조금 신경을 쓰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돈을 버는 법을 알려주기 전에 쓰는 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돈을 얻기까지의 과정과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해야 허튼 곳에 낭비하지 않는다.

막내가 깨달음을 얻어 어떻게해야 돈을 잘 썼다고 칭찬 받을지 고민하길 바란다.
나 역시 허세를 부리며 소비하진 않았는지 반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