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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센스는 여자를 감동시킨다

아름형 2012. 4. 21. 23:29
대학교에 입학하고 한 달 뒤에 막내동생은 CC가 되었다.
4년 내내 여자 동기들하고만 어울린 나와는 너무 다르다.
샘도 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괜히 막내가 집에 오면 '여자는 어떠냐', '걔가 너랑 왜 사귀냐, 미친거 같다' 라며 괜한 말을 했다.
이런 심통에도 불구하고 그놈은 여자친구가 착하다며 내 속을 더 긁어놓았다.

어제 2주만에 집에 온 막내가 집에 있는 내내 여자친구와 sns를 하길래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놈이 자기 데이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대학에 가면 일절 용돈을 주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이 벌어서 써야 한다.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은 스무 살이 연애까지 하려니 용돈이 부족했나 보다.
꼴에 남자라 여자 앞에선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겠지만, 가벼운 지갑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어느날 그놈 커플이 카페에 갔다.
비싼 커피 값에 후덜덜해 간심히 주문을 하고 막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여자친구가 막내 지갑에 만 원을 넣어줬단다.
후에 확인을 하자 창피하기도 하면서 내심 고마웠단다.

에피소드를 듣자 막내 여자친구 센스에 감동을 받았다.
스무 살이 그런 행동을 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예쁘게 느껴졌다.
그일이 있은 후, 막내가 여자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작 만원이었지만 연애의 감정을 풍성하게 하는 센스.
나이는 내가 많아도 그런 점은 충분히 배울점이다.

작은 행동이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자존심을 치켜 세워주는 센스.
애인말고도 주변 사람에게 예쁨받는 행동이었다.

언젠가 나도 남자친구 지갑에 만 원을 넣어줄 날을 고대하며, 지금도 약간 배아프지만 둘이 알콩달콩한 연애하길 바란다.


(막내 초상권은 나에게... 남자라 그런지 여자를 참 좋아한다. 우리 가을이도 암컷이란 사실~ 그런데 가을이 표정은 썩 좋지 않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