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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은 씁쓸한 맛이 나는구나

아름형 2012. 7. 26. 23:58

알바를 하면서 얼마나 먹어댔던지 체중이 4kg이나 불었다.

먹지 않았던 아침식사도 꼬박 챙겼고, 점심식사와 저녁밥은 힘들어서 당연히 많이 먹었다.

남들은 스트레스 받고, 피곤해서 살이 쭉쭉 빠진다던데, 나는 어찌된 영문일까.. 알 도리가 없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했다.

월, 수로 나가던 요가는 계속 진행 중이고, 나머지 요일엔 공원에서 1시간 반 가량을 걷고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푹푹 찌는 요즘같은 날에 운동까지 하려니 땀이 비오듯 하다.

 

천천히 걷나 빠르게 걷나 땀나는건 매 한가지이고, 힘든 것도 마찬가지이니 발걸음은 자연스레 빨라지게 된다.

이왕 살 빼는거 파워워킹으로 폭풍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마음때문이다.

 

보폭은 최대한 넓게 걷고, 두 팔을 휙휙 저어가며 걸으니 이건 영락없는 동네 아주머니 포스이다.

그래도 이 4kg만 줄일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느냐...

그렇게 나는 한 시간 반을 미친듯이 걷는다.

 

경보 비슷하게 걷다보면 수많은 운동객들을 추월하게 된다.

바람을 쐬러 나오신 노인분들의 느릿한 걸음걸이에 답답함을 못이겨 추월하고,

동네 마실 나가듯 수다떠는 아주머니들의 여유와는 반대로 다급한 마음에 추월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한 시간이 넘도록 내 앞에 걷는 모든 사람들을 제치고 나갔다.

 

그 사람들 보다 앞서 나가야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았고, 내 앞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쫒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

내내 추월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산책로에서 선두에 위치해 있었다.

미친듯이 앞사람을 쫒을 땐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제일 앞에 있으니 밤길이 무섭고 썰렁하게 느껴졌다.

다리도 아프기 시작했고, 무리를 했는지 골반은 뻑적지근했다.

 

기껏 살 좀 빼보겠다고 나온거였는데, 뭐에 미쳐서 이렇게 빠르게 걸었나 싶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무리는 비단 운동뿐만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든, 자격증을 따든, 취미생활을 즐기든 중요한 건 행동의 목적이다.

그런데 그 많은 것들을 하면서 목적은 뒤로한 채 남들을 제치고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공부를 하려면 무조건 1등을 해야했고,

자격증을 따려해도 남들보다 빠르 시간내에 따야 했으며,

쉬기 위해 즐기는 취미 역시 남들보다 쳐지는 건 견디지 못하여 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조급했는 지 내 모든 행동에서 중요한 것은 '1등'이었다.

2등 한다고 당장 지옥에 떨어져 죽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1등', '선두', '금메달', '최초' 이런 수식어를 좋아하는 우리의 특성때문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것을 좇아가고 있었다.

조금은 느리지만 밤공기를 즐기며, 친구와 수다를 늘어 놓을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의 안정이 부족했구나 싶다.

내일 운동에선... 앞에서 두 번째로 가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