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일을 하는건 순차적이고, 안정적이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찰나 순간의 감정으로 일을 하는 것 역시 뜻밖에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나 역시 계획된 일을 많이 하지만, '급'으로 무언가를 하는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오늘의 글이 '급'의 성격이 많이 묻어나지 않나 싶다.
현재 난 소정의 용돈을 벌기위해 대형마트에서 주말 주녁에 옷가게 알바를 한다.
그런데 오늘 주인 언니가 아들 생일이라 저녁에 몇시간만 봐달라고 하셔서, 지금 알바 중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고등학교 은사님을 만났다.~!
앞으로 자주 등장할지도 모르는, 은사님 별명(?)은 황샘이다.
(성이 황씨라서... 단순히 고등학교때 황샘이라 불렀다.)
황샘은 사회교과 선생님이셨는데, 학교에서 인기가 정말 많았다.
외모가 둘리의 또치를 닮았음에도 불구하고ㅎㅎ,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따뜻한 분이셨다.
물론 지금도 그러시겠지만!^0^
고2 때 담임선생님과 학생의 인연으로 만났는데, 그때 인연이 고3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졌다.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은 정말 많다.
그 중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내가 고3때 수시를 14개정도 지원했다. 참... 미친짓이었지...
처음에는 5개정도 쓰고 그만하려 했는데, 불안함에 수시원서를 쓰고 쓰다보니 결국 14개까지 쓰게되었다.
(그때 난 전교에서 수시를 가장 많이 쓴 학생이었다... 아마.. 개교이래 처음일지도 모른다 ㅠ)
모든 학교가 다 떨어지고, 마지막 경기대 합격발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발표를 앞두고 우리집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당시엔 스마트폰이란 개념이 없어, 확인을 하려면 pc방에 가거나 친구에게 부탁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pc방 가기엔 귀찮았고, 친구에게 부탁하기엔 혹시모를 일에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황샘에게 확인을 부탁드렸다.
지금도 난 기계에 관심이 없지만, 당시엔 더해서 내 소유의 핸드폰도 없었다 ㅎㅎ 그래서 엄마 핸드폰으로 연락드렸는데,
연락이 바로 안오는 것이었다.
10여분을 기다리면서.. 긴장감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길 몇분 뒤, 황샘에게 답변이 왔다.
황샘은 나에게 이런 말을 보내주셨다.
"사랑한다. 힘내렴"
아... 앞서 13개 대학에서 떨어졌을 때 흘린 눈물보다 저 문장을 보고 흘린 눈물이 더 많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에게 불합격 소식을 안겨주기에 가슴이 아프셨는지, 황샘은 나에게 평생을 잊지 못할 말을 남겨주셨다.
엄마 핸드폰을 부여잡고 얼마나 울었던지.. 울엄마는 그날 날 위로해주기위해 핸드폰을 사주셨다.
뭐 별로... 핸드폰에 관심도 없고, 사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ㅎㅎ
그날 이후, 난 황샘을 내 멘토로 삼았다.
그전에도 물론 너무나 훌륭한 교육자셨지만, 이 사건 이후 황샘은 영원한 내 인생의 멘토님이 되셨다.
인생에 멘토가 있다는 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어려운 일에 닥쳤을 때 조언을 얻기 위해 달려갈 수 있고, 심신이 지쳤을 때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도 좋다.
내가 세상을 사는데 있어 부모님 이외에도 든든한 지원자가 존재하는 그런 기분이다.
황샘 역시 나의 고민에 답을 내려주시진 않지만, 내 고민이 어서 해결되도록 힘을 팍팍 넣어주신다.
가끔 '내가 너무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가 어리광만 부리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으실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때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사람.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다.
나는 운이 너무 좋아 황샘을 만나 오늘의 글을 쓰지만,
인생의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배우자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다.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진심으로 격려해주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 어렵지만 누구에게나 있다.
왜냐하면 멘토라해서 모든면이 훌륭하고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황샘 역시 나에겐 완벽하신 분이지만, 내가 모르는 부족함을 지니셨는지도 모른다.(혹시 또치의 얼굴..??)
내 주위의 평범한 사람이라도 나에게 긍정의 힘을 전해주고, 그것으로 인해 내 인생이 조금이나마 밝아지면
우리가 찾는 멘토는 그가 아닐까.
난 가진것도 이룬것도 없다.
그래도 인생의 멘토를 가졌다는 점에서 없는 이들보다 단 1%라도 더 행복하다고 자신한다.
예상치 못한 알바 부탁으로 지금까지 마트안에 있지만, 그 예상치 못한 일이 우연을 가져다 줘 황샘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같이 '급' 블로깅을 하고, 생각지 못한 글을 썼지만 그로인해 기분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조만간... 황샘을 찾아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눠야 겠다.ㅎㅎ
'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무살에게 (2) | 2012.01.04 |
---|---|
가을아 아프지마라 (0) | 2012.01.03 |
Good bye 2011 Welcome to 2012 (0) | 2011.12.31 |
어느 멋진 남자 이야기 (0) | 2011.12.30 |
나를 알아보는 시간~ (0) | 2011.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