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교양프로그램에 나온 멋진 노부부를 보고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탁구를 치실 때에도, 장을 보실 때에도, 어디를 가시든 두 손을 꼭 잡은 채 다정다감한 모습이셨다.
심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플룩으로 맞추신 모습은 젊은 커플보다 더 애틋해 보였다.
그래서 였을까. 두 분은 당연히 50여년을 넘게 살아 온 부부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오래된 노부부가 아닌 5년 된 연인이셨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지인의 소개로 연애를 시작한 커플이셨다.
먼저 보낸 배우자에겐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그 두 분은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이셨다.
인생 느즈막히 새로운 인연을 찾아 매일을 행복으로 채우시는 두 분을 보니 여러 감정이 생겼다.
역시 인간은 하나가 아닌 둘일 때 완성체가 되는 것일까?
사람이 둘이 있을 때 안정되어 보이는건 어느정도 맞는 것 같다.
어제 낮, 공원을 찾으니 어느 할아버지 한 분이 정자에 외로이 앉아계셨다.
나는 옆 정자에 앉아 책을 보고, 동생은 잠을 자고, 엄마는 쑥을 캐고 있었다.
여럿이 온 우리와 달리 할아버지는 홀로 하염없이 앞만 보고 앉아 있으셨다.
그러다 누워 잠도 청해 보시고, 잠깐 주변도 돌아보시다 결국은 그 자리로 돌아와 앉는게 전부셨다.
할아버지의 개인 사정은 전혀 알 수 없지만, 며칠전에 보았던 노커플을 보니 상반되는 모습에 씁쓸했다.
하나 보단 둘이 좋은 이유.
항상 알콩달콩할 순 없지만, 언제는 바라볼 수 있다는 확신에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가까운 우리 엄마, 아빠만 보아도 그렇다.
매일을 지지고 볶고 싸우시는데도 24년을 같은 방을 쓰시는 걸 보면.
한때 독신주의를 외쳤던 나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씀 해주셨다.
'결혼은 해도 후회고, 안해도 후회다. 그런데 이왕 후회할거면 해보고 후회해. 살아보니 혼자보단 둘이 나은 것 같으니까'
교양프로그램에 등장하셨던 두 분처럼 평생을 살 순 없어도 공원 할아버지처럼 살수도 없을 것 같다.
나는 아니라고 주장해도 내게서 풍기는 외로움의 향기는 숨길 수 없으니.
하나가 좋을까, 둘이 좋을까?
선택의 각자의 몫이지만, 공원 할아버지를 떠올리니, 언젠가 찾아 올 인연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둘의 장점 - 혼자 고스톱으로 점만 쳐보는게 아니라, 민화투를 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점당 500원이라는 엄청난 수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olleh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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