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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등산에서의 배움

어느 모임을 가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렇다.
'체육 전공하세요?'
'운동하시는 분 인가봐요?'
대학교 신입생 시절, 오티를 가기위해 과별로 줄을섰는데 우리과 선배가 나에게 말했다.

'체대는 저쪽으로 가셔야되요'

몸집이 우락부락한 근육맨은 아니다.
다만! 겉모습을 꾸미는데 익숙치않아 편하게 하고다닐뿐.
심지어 난 운동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즐겨하는 운동이란 고작 숨쉬기와 가벼운 산책정도다.

겨울이되면 심지어 나의 움직임은 동면하는 겨울곰과 같다.
이런 모습이 답답하셨는지 우리 마마님이 막내와 함께 등산할 것을 권유하셨다.
권유와 함께 날카로운 째림은 받은 나로선 선택의 여지없이 등산을 준비했다.
그렇게 마마님, 나, 막내의 등산 시작!

동네에 위치한 야산이지만 봉우리가 8개나 되어 오르는데도 은근히 힘들었다.
사실 너무 힘들어서 헐떡이는 숨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산 입구에선 쫑알쫑알 잘도 떠들어댔는데, 20분이 채 안되서 녹초가 되버린 나.
이래서 3봉까지 어떻게 올라가...

마마님은 나의 정신상태가 헤이해져 체력도 약해진거라 나무라셨다.
맞는말이라 묵묵히 산을 올랐다.
1봉을 지나 2봉쯤 오르니 호흡이 안정되 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꼭대기만 바라보며 오르긴 쉽지 않았다.
가까워지는 것 같긴한데 계속 멀게만 느껴져 야속하기까지 했다.
차라리 정상 한번 흘깃 쳐다보고 산을 타는 내 발을 내려다보며 걷기만 했다.

사는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산 정상이라는 목표가 생기는건 중요하지만 그것만 내리쳐다보며 올라갈 순 없다.
꼭대기를 힘있게 한번 보고난 후, 한발한발 내딛는 걸음에 집중하는게 오히려 나았다.
인생에서도 홀리듯 아무 감정없이 목표만 쫓을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 집중하는게 목표를 달성하는 빠른길인 듯 싶다.
만약 내가 봉우리만 노려보며 터벅터벅 산을 탔다면 등산이 재미없었을 것이다.
솔잎과 낙엽이 수북한 길을 내려다보며 주변 나무들을 지탱해 발걸음에만 집중했더니 어느새 난 정상에 있었다.

급급한 마음으로 결과를 내기보단 그 과정을 즐기다 가끔 목표를 되새겨보는 여유가 더 가치있는 삶인 것 같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혼미해진 상황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내 정신력이 기특하다...ㅠ


(정상에서 찍은 마마와 막내 사진. 내 모습은 흡사 난민과도 같아 올릴수가 없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