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 건너 모두를 알다

인간관계는 마치 거미줄과 같아서 생판 모르는 사람도 나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면 지인에게 건너건너 물어보면 나와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사람의 이름을 듣는 그런 경우가 말이다.

오늘 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진해에서 두 달 동안 칩거했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이 녀석이 나랑 취향이 비슷해 더로맨틱을 보았냐고 물어봤다.
솔로로 같이 늙어가는 친구에게 재밌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터키편의 남자 출연자 중 한 명이 자기 학과 선배라서 방송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미 흥분하기 시작한 나의 마음은 어쩔줄 모르며 날뛰었다.
도대체 누구냐, 그 수 많은 훈남들 중 너의 선배는 누구더냐.

알고보니 조영제씨였다.
방송 보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친구를 통해 그의 이름을 들을 줄이야!!
역시 세상은 좁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미 학교 다닐적에도 인기가 많으셨던 분이었다.
예전에 친구가 조영제씨를 멋지다고 칭찬했었던 기억도 나고.

TV를 통해서만 보던 사람이 친구의 지인일 줄이야.
당장 내 전화번호를 뿌리라 했지만, 과연 그랬을지...

한 다리 건너 계속 묻다보면 거미가 거미줄을 치듯이 나의 인간관계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다.
비록 만나서 대화하진 않을지라도 소식은 들을 수 있으니깐.
아는 사람이 많아져 신기하기도 하지만 반면 내 행동에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하게 된다.
혹시 무심결에 저질렀던 실수가 입을 타고 널리 퍼지진 않을지 흠칫 놀라게 된다.

내가 입을 타고 타서 저멀리 떨어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나의 언행도 제3의 누군가에게 들릴 수 있다.
평소 습관과 행실에 문제는 없는지 조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