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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sbs 탈락후기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3일째 알바를 하고 난 후 내몸은 3년이 늙은 것처럼 느껴지는건 무엇때문인가.

게다가 월, 수요일에 요가까지 하면 그날은 베개에 머리를 닿자마다 곯아 떨어진다.^^

이 알바를 그만두고 싶지만... 작심삼일녀라는 말은 듣기 싫기에 오늘도 내일도 버틴다!

그래서 매일 글 올리는 것이 벅차지만... 포기할 수 없기에!!!

 

오늘은 sbs 다큐/시사정보 pd 불합격 후기이다.

왜 합격이나 성공한 사람들만 후기를 쓰는가.

불합격으로 실패한 사람도 후기를 쓸 수 있다.!

처음으로 쓰는 후기가 불합격이라는 것인 조금은 슬프지만... ㅠ

 

작년 겨울부터 공중파 공채 공고가 나면 지원을 했다.

시사교양pd가 하고싶었지만 드라마, 예능 가리지 않고 지원서를 썼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자소서때문인지 지원과 동시에 낙방이었다.

'내가 공채에 붙기엔 글솜씨가 부족하구나... 이렇게 서류합격도 못할정도면 큰일이다'

이렇게만 생각했다.

드라마, 예능은 진정 하고싶지 않은 분야라 자소서에 진실성이 담기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번의 낙방 후,

올해 sbs 공채에 다큐/시사정보 pd를 뽑는다는 소식에 몸시 흥분되었다.

시사교양분야는 잘 뽑지도 않고, 뽑히는 사람의 수도 워낙 적어서 이렇게 공채가 나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특별한 경험이나 수려한 글솜씨는 아니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진심을 담았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을 되새기며 에세이 주제에 적합했던 일은 없었나 고민도 하고, 화려하지 않은 내 삶이 조금 밉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지원을 하고 발표날은 기다렸다.

학수고대한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서류합격은 했으면 했다.

그간 서류합격도 하지 못했던 내 실력이 부모님께 죄송했기 때문이었다.

 

발표날, 엄마와 운동을 가기전에 그날이 서류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임을 문득 떠올렸다.

운동화를 신은채 현관문 앞에서 급히 확인을 했다.

오 마이 갓.

빨간 글씨만 보고 '이번에도 불합격이구나...' 싶었는데, 1차 합격이란다.

나도 모르게 짧은 탄성이 터져 부모님이 몹시 놀라셨다.

면접 전까지는 지원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나의 요란함 덕에 서류 통과 사실을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나처럼 호들갑스러운 분이 아니시기에... 다음 절차를 열심히 하라며 작은 응원만 해주셨다.

 

2차 필기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급히 신문과 잡지를 뒤져 이슈를 파악하고 나름 정리도 하며 내 생각을 적어보곤 했다.

생전 처음 공채 서류합격이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까마득했다.

그렇게 이틀의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홍익대 앞, 나와 같은 서류합격자들이 건물 앞에서 북새통을 이루었다.

나의 수험번호가 적힌 강의실을 들어가니 엄청난 내공이 뿜어져 나오는 사람들이 이미 가득차 있었다.

이들을 다 물리쳐야 최종합격이 되는건데...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두려움 반 신기함 반으로 시험은 시작되었다.

 

sjt는 편안한 마음으로 치웠지만 논술과 작성안은 무슨 생각으로 적었는지 생각도 안난다.

논술 주제는 생각지도 못한 제시어라 닥치는 대로 썼고, 작성안은 감도 잡히지 않아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적어 내려갔다.

간신히 두시간 안에 작성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착잡함과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재수가 정말 좋아야 2차합격이라는 기회가 주어지겠구나 싶었다.

재수가 정말 매우 엄청나게 좋아야...

 

우울하던 열흘이 지나가고 2차 시험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에는 빨간 글씨도 보이지 않았고, 합격을 알리는 전화도 오지 않았다.

불합격이었다.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지만 씁쓸했다.

괜히 바닥의 돌을 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글 실력으로 붙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막상 떨어지니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부모님은 크게 아쉬워하시지도 격려의 말씀도 해주시지 않았다.

아마 나의 상심을 걱정하시는 우려 반,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는 마음 반이셨을 것이다.

 

이렇게 2012 sbs 다큐/시사정보pd 지원에 2차에서 떨어졌다.

최종합격을 하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절차에 통과해야 하지만 나는 겨우 1차 합격만을 맛본 초짜다.

남들이 보면 코웃음 칠 수도 있겠다.

겨우 서류합격에 무슨 후기를 쓴다고...

그래도 내내 1차에서 떨어지던 아이가 2차까지 올라갔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 계속 발전하다 보면 언젠간 방송국 정문을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필기시험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시험장에서 절실히 느꼈고, 경험해봤으니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이번 경험이 다음 지원을 위해 비옥한 지양분이 되도록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임원들에게 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나의 '불합격'수기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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