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사람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왜냐하면 슬픈 영화를 볼 때마다 질질 짜고,
불쌍한 개들 나올까봐 동물농장도 안보니깐.

나는 정이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잔정은 없지만 나름 깊은 정을 오래 주는 사람이니깐.

티는 못 냈지만 혼자서 몰래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극히 이성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되돌아 보니 앞뒤 재가며 기회를 선택했었고, 상처 받을까 두려워 친구도 많이 없었다.
어쩌면 모태솔로인 이유도 사랑보다 이기심이 커서 그러한 것 같다.

항상 정이 없다는 말을 들어왔다.
친구들이 야자 빼먹고 떡볶이 먹으러 갈 때도 나만 혼자서 야자실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울면 친구들은 따라 울던데, 나는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손해 보는 짓은 절대 안했고, 돈 거래에서는 십원 한장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사는게 맞는 줄 알았다.
착하게 살면 세상의 바보가 되는 것 같았고, 감정 섞인 일들은 피하는게 상책이라 여겼다.

이렇게 보니 꽤 이성적이다 못해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는.
눈물 많은 순애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사소한 오해로 어떤 아줌마랑 말다툼한 엄마에게 집가는 길에서 막 나무랐다.
왜 사람 말을 안 듣냐고
엄마도 잘못한거 아니냐며
엄마는 매번 이런식이라며
듣기 싫은 소리를 한가득 했다.

가족이라면 같은 편이 되었어야 하는데
이성적인 판단이 앞서 엄마에게 상처될 말만 해댔다.
그럴 땐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참지 못하고 굳이 그래야 했을까.
큰 소리치는 엄마가 창피해서 이기적인 마음에 그랬다.

나는 분명히 이성적인 사람이다.
심지어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사는 게 옳은 줄 알았었는데, 오늘같은 날엔 내 자신이 왜이리 허무하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눈물이 찔끔찔끔 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