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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허무한 것 역시 선물이다

어제는 주말을 맞이하여 영화 한 편을 보았다.

하정우와 공효진 주연으로 개봉이 조금 지난 영화 '577 프로젝트'다.

영화관에서 보려던 마음이 어찌어찌해서 사라져버려 이렇게라도 뒷북을 쳤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출발하여 해남 땅끝마을까지 577km를 두 주연 포함 여러 배우들이 걷는 국토대장정의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라 할 수 있겠다.

영화에 대한 애착이 어느정도인지 하정우가 직접 예능프로에 나와 직접 홍보도 하였다.

그래서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재밌으려나...

배우들의 평소 모습이 담겨져 있으니 아무래도 더 사실적이겠지?

서울에서 해남까지의 경관은 어떻게 표현했으려나?

 

뭐 이런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위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크게 재밌지도 않았고...

평소 모습이라야 배우들 담배피는 모습이 그대로 나온다거나 욕을 음성변조 없이 듣는 정도?

게다가 아름다운 우리 국토의 자연은 그렇게 많이 담기지도 않았다.

그냥 .. 그냥 그런 영화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전혀 소득없이 시간을 죽이는 영화는 아니었다.

20일간의 대장정이 끝날 무렵, 주인공들이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할 무렵에 어떤 배우가 이런 말을 했다.

'해남에 도착하면 멋있는 광경이 있을 것 같고, 느끼는 것도 많을 것 같았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주변은 논밭에다 별거 없구나...' 이런 의미의 말이었던 것 같다.

 

맞다. 서울에서의 출발이 화려할지라도 해남에서 맞는 도착이 화려할거란 보장은 없었다.

정말로 논밭이 전부인 시골이었다.

문득 이 말을 듣자, 얼마 전 힐링캠프에 나왔던 기성용 선수의 말이 생각났다.

유럽으로 이적 후, 2군에 머무르는 자신의 모습에 속상했던 기 선수는 아버지와의 통화 후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의 다짐으로는 뭐든 열심히만 하면 이룰 것 같은 결심이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기 선수가 발버둥을 친다 한들 여전히 그는 2군이었고, 자신의 생각대로 현재의 상황을 바꾸기란 매우 힘든 것이었다.

 

577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배우들 역시 초심은 각자 달랐겠지만, 완주 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언가 큰 것을 얻을거란 기대가 있었을거라 본다.

그래서 20일동안 그리 힘들게 걸었던 것이고, 고통을 인내하며 버텼다.

하지만 도착해서 본 것은 빼어난 경치도 아니었으며, 도인이 될 만한 심적 수련을 한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결심엔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이 힘든 과정을 버텼으니, 나중엔 그에 적절한 보상이 분명히 이루어질 거란 믿음도 생긴다.

그런데 꼭 input과 output이 같으리란 법은 없는 것 같다.

주는 것만큼의 합당한 결과물을 바란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내맘처럼 쉽게 바뀌는 것도 바뀌어주지도 않는데 말이다.

 

대단한 결심과 다짐으로 미래에 올 결과물에 부담을 주면 안되겠다.

무엇이든 가벼운 마음으로, 설령 허무한 결과일지라도 그것 역시 선물이란 마음가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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