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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째 내 생일 올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이다. 거기에 8일이 지나 오늘 내 생일이 되었다, 벌써 스물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나이를 언제 이렇게 많이 먹었었나 가물거리는 게 왜이리 서글프던지. 매일 반복되는 백수의 일상이지만 오늘 만큼은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로 전날까지 굳게 마음 먹었다.좋아하는 카레우동도 먹고, 스스로에게 책도 선물하고, 방송국 구경도 괜히 가볼까 생각했었다.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것은 당연한 논리다. 잔뜩 끄적여 놓은 거창한 계획 중 실천한 것은 책 구매가 전부다. 의미있는 생일을 보내기 위해 평소에 부족한 철분을 삶은 계란과 두유로 급하게 충전하고 헌혈의 집을 찾았지만, 선천적으로 얇은 혈관 때문에 주사바늘은 미처 꽂아보지도 못했다. 첫 번째 미션 실패. 평소에 책을 빌려 보는.. 더보기
오십견 엄마, 십장생 딸 엄마가 팔이 쑤신다고 하면 괜히 내 마음이 불편해진다.엄마 나이 오십 중반을 넘어섰으니 오십견이 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이기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나 편한 대로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덜 할 텐데, 아직도 취준생인 딸래미 때문에 엄마가 중년 여성 노동자로 고생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지레 겁먹고, 죄책감을 갖는 것도 이상할 바 없다. 빵을 좋아해서 찐 살인지, 자식 셋 낳고 고생해서 부은 팔인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팔뚝을 주무르고 있자면, 감정이 모호해진다.미안한 맘, 죄스런 맘, 안쓰러운 맘, 울컥하는 맘.여러 감정이 섞인 것도 같은데, 가만 보면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부모에 대한 연민의 감정으로 통일되는 것 같다. 전생에 죄를 진 사람이 피해자의 부모가 된다던데, 울 어무이 아부지는 우리한테 .. 더보기
조급함 방금 전, 친구 상현이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카톡을 보낸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저에게 전화를 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가족들이 들을까 숨죽여 남정네와 이 시간대에 통화를 한건... 머리털 나고 처음입니다. 상현이는 저에게 여러가지 팁을 주었습니다. 글은 어떻게 쓰고, 토익은 몇 점이 안정권이며, 이 직업을 왜 하고 싶어하는지를 물어봐주었습니다. 글쎄... 내가 이 직업을 이토록 원하는 이유가 뭔지, 무엇에 동기부여를 얻었는지,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이라 나 역시 조용히 해야할 것만 같다는 어물쩡한 이유로 친구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참, 별볼일 없는 변명입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나태하고 반대로 조급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실제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이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