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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아버지는 생각보다 강하다.

지난 3년 동안 내내 우중충한 글만 써댔는데, 이제서야 약간이지만 밝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것 역시 얼마나 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취업을 했고, 적은 돈이나마 내 손으로 벌기 시작했으니 무거운 짐은 잠시 내려놓았다.


4년제는 나왔고, 스펙도 구리진 않은 듯한데, 적은 연봉은 받기 싫어 3년을 내내 시간만 흘려 보냈다.


사실 나 같은 학사 졸업생은 차고 넘쳤는데, 내가 뭘 크게 잘난 사람이라고 눈높이를 낮추는게 어려웠을까.


막상 합격은 했지만, 연봉이 너무 적어 가기는 싫었다.


속상해 하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이건 취업을 해도 불효하는 짓 같아 다른 곳을 더 써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달랐다.


여자가 나이는 차는데 경력도 없으면 앞으론 취업하기 더 힘들다고 모진 말을 하셨던 아버지였다.


지금와서 보면 아빠의 선택이 내게도 가족에게도 옳은 선택이었다.


친구들은 대기업에 다니고 공무원인데 나만 작은 회사에 다니는게 창피하고 스스로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번듯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어야 성공한 인생같았고, 금수저는 아니지만 적어도 첫 직장만큼은 좋은 곳을 가야 내 인생이 필 것만 같았다.


(물론 대기업을 가면 지금보다 만족도는 더 높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대기업에 입사하기 힘들고, 나이는 차니,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며 이력서만 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를 바 없었다.


적은 돈이지만 사회로 뛰어들어 경험을 쌓고, 그 이후부터는 내가 잘해서 더 공부해서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내게 남은 숙제였다.


어려운 깡촌에서 태어나 논밭을 일구다 청년이 되어 소도시로 올라온 분이 아버지다.


지금도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친구들 아버지가 정년퇴임 하실 나이에도 현직에 계시며 돈을 벌고 계시는 분이 우리 아버지다.


100만원을 벌어도 행복했고, 150만원을 벌면 더 행복했고, 200만원을 벌면 하늘을 뛸 듯 날아갈 듯이 기쁜 분이 우리 아버지이다.


속 없이 엄마 속만 태우는 분이 우리 아버지인 줄 알았다.


아버지는 무능력하고, 유약하며,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서 경력을 쌓고, 작은 회사라도 니가 열심히 해서 더 크게 키우라는 아버지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는 생각보다 강한 분이셨구나'


능력이 없어 적은 월급을 받아 온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버지는


적지만 아직도 월급을 받고 계시고,


굵지는 않지만 얇고 길게 사회에 나가 계시며,


평생 엄마를 책임지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시는 분이시다.


이제 2주일 회사 나간 것도 지친 나인데, 우리 아버지는 내리 35년을 넘게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계신다.


종교가 없다.


그래도 오늘은 아버지에게 무한한 감사함을 느꼈다.


하나님인들, 부처님인들, 그 분이 날 먹이고 기른 것은 아니니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내게 하늘이고 은혜였다.


아버지는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닥 존경하는 마음도 솔직히 없었다.


가정적이지만 그저 그뿐인 남자.


오늘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버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신 분이고, 진보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상을 가지고 계시며, 좋은 곳을 찾아가기 보단 내가 있는 곳을 키워야 한다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이셨다.


아버지를 존경해야 할 것 같다.


멘토니, 인생 강연이니 하며 조언을 얻기 위해 먼 곳을 찾기 보단


가장 가까운 사람, 어머니 아버지가 내게 진심을 다해 말해줄 조언자였다.


어찌 그들을 존경하지 않고, 감사하지 않을까.


요즘 유행하는 꽃청춘에 나오는 말처럼,


나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

.

.

.

.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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