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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지난 1년 간의 도전 기록

딱 작년 이맘 때쯤 졸업을 앞두고 스터디를 구하기 위해 되도 않는 작문을 찌끄리던 일이 생각난다.

교원 자격증을 딸까 아니면 동기들처럼 은행사 취업에 준비할까 망설이다 결국에는 언론사 취업에 도전했던 시기였다.

작년 1월은.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나 2014년 1월이 되었고, 20일인 오늘에는 kbs 서류 탈락을 마지막으로 언론사 취업 도전에 잠시 휴식을 두려 한다.

사실 계속 아르바이트 병행하면서 공부하면 나야 좋겠지만, 26살 먹도록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딸 보며 속썩을 부모님께도 못할 짓이고, 스스로도 슬슬 불안함을 느껴 직업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

 

진짜 참 많이도 떨어졌었다.

한 해 동안 sbs는 두 번이나 떨어졌었고, mbc도 한 번, ebs도 한 번, 알지도 못했던 이토마토도 한 번, 남들이 좋다길래 찔러본 농민신문도 한 번, 경제학과라고 유리할 것 같았던 한국경제 tv도 한 번.. 그리고 분명 더 있을 텐데 기억나지 않는 군소 언론사들도 몇 더 있을 것이다.

징글맞게 떨어져 불합격에는 둔감할 줄 알았는데, kbs 지원이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했던 지라 이번 충격이 조금 더 강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자소서도 공들여 썼고, 상식이랑 논제 취합에도 전보다 많이 참여했으며, 이틀에 하나 꼴로 논술을 썼으니 지난 3주 간의 노력이 조금은 허망하고 아쉬울 뿐이다.

토익이랑 한국어 점수 좀 미리 챙겨둘 걸.

그런 허접스레기한 낮은 점수로 지원하면서 자소서로 승부보겠다는 다짐이 지금에 와서야 약간은 무모하지 않았나 싶다.

괜찮아. 질러보는 건 청춘의 특권으로 생각할래.

 

문제는 당장 내일이다.

매일 읽던 신문을 내일도 읽어야 하는지, 오늘 써본 교학사 교과서 왜곡 사태를 주제의 논술을 퇴고해야 하는지.

아니지. 일자리를 구해야지. 이젠 그래야 하지.

pd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건 상상도 안 해봤는데, 뭘 어떤 걸 찾아서 지원하고, 또 거기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하는지 벌써부터 머리 아프다.

고민의 연속인게다.

먹고 살기 힘들다. 거참

 

위기가 기회라고들 한다.

진짜 맞는 말인가 물어보고 싶다.

어떻게 위기가 기회일 수가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지금 나는 20대 중반에서 위기를 맞은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 기회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종교라도 가져볼 걸.

누군가 예언이나 가르침을 준다면 마음도 편안하고, 동기부여도 될 텐데.

오늘따라 부족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이리 후회를 삼는지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래도 2014년은 내게 기회가 될 것이다.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산다고 하지 않나.

사는 대로 생각해버리는 의욕없는 내가 아닌 올해는 뭔가 좋은 성과를 얻는 한 해로 만들 것이다.

오늘의 패배감을 뼈 속에 새겨 언론사에 꼭 붙겠어.

 

지나치게 주절주절 나부렸다.

주제도 없고, 내용도 없고, 감흥도 없는 글이 되어버렸네.

사실 떨어진 거 너무 속상해서 위로 받고 싶은데, 아무한테도 말을 하지 못했다.

부모님께는 죄송해서 말못했고, 친구들한테는 그간 떠벌린 거 민망해서 말못했고, 내 유일한 말벗이었던 가을이는 하늘나라로 갔으니 속상한 맘 털어놓을 곳이 여기밖에 없다.

혼자 위로받고 다시 으쌰으쌰 해야 하는 내 신세에 또다시 눈물이 또로로.

 

앞으로는 이곳에 글을 자주 쓸 것 같다.

언론사 준비하면서 일주일의 논술, 작문 한 편씩은 꼬박 썼더니 블로그에 또다른 글을 남기는게 굉장히 피곤하게 느껴졌었다.

이젠 한동안 의무적으로 글 쓸 일이 없어지니 여기에다가 스트레스 풀어야지.

 

끝을 어떻게 내야 하는 거야.

힘내 아름아. 넌 할 수 있어.

요런 말은 너무 오그라들고, 더이상 힘을 실어주지 않는 것 같다.

그간 아이 캔 두잇을 죽어라 외쳤지만 죽어라 탈락만 했으니.

 

오늘 카페에서 보니 '필신고기심지'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하늘은 인간이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전에 괴롭고 힘든 상황으로 그의 인내심과 자질을 시험한다고 한다.

나는 지금껏 신의 농락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끈 묶인 인형처럼 이리저리 휘둘렸지만 포기 안하고 1년을 버틴게 어딘가.

그것 만으로도 내 1년은 대단하고 용감한 시간이었다.

뭐든 쉽게 되는 것은 매력도 없고,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기 힘든 법이지.

분명 나는 많은 시련과 실패를 경험했지만 다음의 성공을 위해 신이 날 테스트한 것이라 여기고 싶다.

 

2014년.

뭐 하나 저지른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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