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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2014. 10. 04 가을이 천사 되던 날

그동안 많이 아팠던 우리 가을이가 오늘에서야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금 시간은 다음 날 새벽이지만, 가을이가 하늘로 간 날이 10월 4일이었으니 가을이는 진짜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간 것이다.

온 몸이 굳어 차갑게 식은 가을이를 아빠와 엄마가 들고 있었을 때에도 나는 멀찍이 떨어져 울고만 있었다.

가을이를 가까이에서 보기가 아마 두려웠던 건지 모르겠다.

 

어제는 갑자기 몸이 많이 아팠다.

이유도 없이 점심부터 속이 답답하고 몸이 으스스 떨리는게 몸살인 줄 알았다.

약 먹고 한 시간 정도 잔 다음에 알바를 갔지만, 서있기도 힘들어서 출근한 지 한 시간만에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대충 마친 후 가을이의 저녁 밥을 챙겨주었다.

집에는 나 말로 아무도 없었기에 내가 지금 잠들어 버리면 가을이의 밥을 언제 누가 챙겨줄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던 햄을 잘게 썰어주고 사료에 섞어 따뜻한 물에 불려서 가을이에게 주었다.

평소같았으면 허겁지겁 먹었을 가을이가 그 날따라 사료에 입도 대지 않았다.

빨리 먹으라는 내 재촉에도 가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쁜 숨만 간신히 쉬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고, 엄마도 아빠도 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엄마는 가을이가 하늘 나라로 편히 가려고 내가 대신 아팠단 거라 말해주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가을이가 좀 더 편하게 무지개 다리를 건널 수만 있다면 그날 내가 아팠던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만 마지막 밥을 챙겨주고 미처 먹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가을이에게 따뜻한 인사도 해주지 못한 점이 가슴에 남는다. 건강했을 때에도, 혹이 생겨 거동이 불편했을 때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산책도 못 시켜주고, 그 흔한 강아지 간식도 사준 적이 없어서 너무 미안할 뿐이다. 지금은 곁에 없어서 후회해도 소용없는데, 왜 이제서야 못 해준게 이리도 많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냥 우리 가을이가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란다.

 

2000년 어느 가을에 찾아와 2013년 가을에 우리를 떠난 가을이.

가족 아무도 없어도 가을이가 있어서 혼자가 아닌 13년의 시간들이었다.

작년 여름부터 혹이 생겨 지금까지 고생만 하다 간 가을이었다.

우리가 안락사를 고민만 하는 동안 가을이 고통 속에서 고생하다가 하늘나라로 갔다.

차라리 덜 아팠을 때에 편안히 보내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때도 후회는 하겠지만, 마지막 내가 들었던 가을이의 가쁜 숨은 듣지 않았을 테니 어쩌면 덜 미안했을지도 모르겠다.

 

가을이는 엄마아빠가 산에다 묻어다 주셨다고 한다.

아직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나중에 찾아가서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싶다.

가을이를 소식을 묻는 사람들에게도 가을이가 잘 지낸다고 거짓말을 했다.

내 입으로 차마 가을이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을이가 머물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동그란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아야 할 가을이가 없다는 사실이 짜증날 정도로 슬프다.

오늘 날씨가 매우 좋아서 가을이가 잘 떠났을 거라 생각된다.

하늘에서는 가을이가 건강한 네 다리로 혹도 없는 가벼운 몸으로 좋아하는 풀과 꽃을 헤집으며 뛰어다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가을이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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